근로계약서 필수 기재사항, 사본 못 받았다면 그것도 위반입니다
일을 시작하는 날, 계약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가 어색합니다. “다음에 쓰죠”라는 말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는 시점은 언제나 그만둘 때입니다. 임금이 밀리거나, 퇴직금 계산이 안 맞거나, 약속했던 수당이 없을 때 근거가 되는 문서가 바로 근로계약서입니다.

근로계약서는 ‘일 시작 전’에 쓰는 문서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주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 작성 — 조건을 문서로 적는 것
- 교부 — 그 문서를 근로자에게 주는 것
회사 서랍에만 들어 있고 근로자에게 사본을 주지 않았다면 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누락이 바로 이 교부입니다. 서명만 하고 사본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요청하세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
서면으로 명시해야 하는 핵심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임금 —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 소정근로시간 — 하루·주당 몇 시간 일하기로 했는지
- 휴일 — 주휴일이 무슨 요일인지
- 연차 유급휴가
- 취업의 장소와 종사할 업무
단시간 근로자(이른바 아르바이트)라면 여기에 근로일별 근로시간까지 적어야 합니다. “주 3일, 협의 후 배정” 같은 문구만 있으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임금 항목은 쪼개서 적어야 합니다
“월 250만 원”이라고만 적힌 계약서는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기본급이 얼마고, 고정연장수당이 얼마고, 식대가 얼마인지 나뉘어 있어야 통상임금 계산이 가능합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의 계산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항목 구분이 흐릿하면 받아야 할 수당이 줄어듭니다.
안 쓰면 어떻게 되나
제재는 근로자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 일반 근로자 — 근로기준법상 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 기간제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즉시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벌금은 형사처벌이라 절차가 길고, 과태료는 행정처분이라 곧바로 부과됩니다. 계약직·아르바이트 쪽이 오히려 제재가 빠르게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계약서가 없을 때 근로자가 쓸 수 있는 증거
계약서를 못 받았다고 해서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관계가 있었다는 사실과 조건을 다른 자료로 입증하면 됩니다.
- 급여 입금 내역(통장 거래내역)
- 출퇴근 기록, 근무표, 업무용 메신저·카톡 대화
- 업무 지시 메일, 사원증, 명함
- 4대보험 가입 내역
특히 근로조건을 주고받은 대화 기록은 강력합니다. “시급 얼마로 하죠”, “주 5일 9시부터” 같은 메시지를 지우지 마세요.
서명 전 5분, 여기만 보세요
- 시급·월급이 2026년 최저임금 시간당 10,320원을 넘는가 — 월급제라면 월 209시간 기준 2,156,880원 이상인지 확인
- 포괄임금 문구가 있는가 — “연장근로수당 포함”이라면 몇 시간분이 포함된 것인지 숫자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 수습기간 감액 — 1년 이상 계약, 단순노무가 아닌 직무에서만 3개월 이내 최저임금의 90% 적용이 가능합니다
- 퇴직금·연차 관련 문구 — “퇴직금은 월급에 포함” 같은 문구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 사본을 받았는가 — 사진이라도 찍어 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구두로만 합의했는데 효력이 있나요?
근로계약 자체는 구두로도 성립합니다. 다만 서면 명시·교부 의무 위반은 별도로 남습니다. 즉 “계약은 유효하지만 회사는 제재 대상”인 상태입니다.
Q. 계약서 내용이 법보다 불리하면요?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은 그 부분만 무효가 되고, 법이 정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계약서에 썼다고 해서 최저임금 미만이 정당해지지 않습니다.
Q. 근로조건이 도중에 바뀌면 다시 써야 하나요?
임금, 근로시간 등 명시 항목이 변경되면 변경된 내용으로 다시 서면 명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미작성을 신고하면 제 계약이 불리해지지 않나요?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는 별도의 위법입니다. 신고는 고용노동부 민원마당이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할 수 있습니다.
Q.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는데 실제로는 직원처럼 일했습니다.
계약서 제목이 아니라 실질이 기준입니다. 출퇴근 관리, 업무 지시, 전속성 등이 인정되면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근로계약서는 회사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내가 나중에 꺼내 쓸 증거입니다. 오늘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임금 항목이 쪼개져 적혀 있는지, 그리고 내 손에 사본이 있는지. 이 둘만 되어 있어도 분쟁의 절반은 미리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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